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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실 영욕의 역사, 금박 옷에 남다…영친왕비의 당의

2020.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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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영친왕비 당의.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사진=국립대구박물관 제공) 2020.7.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정규 기자 = 국권을 상실한 조선왕실의 마지막, 그래도 왕실의 옷에는 500년간 이어온 조선왕조 영욕의 세월이 화려한 금박 장식을 통해 남았다. 영친왕비가 입던 당의와 치마에는 장인들의 금박 무늬가 정성스레 새겨져 있다.

국립대구박물관은 오는 4일부터 테마전시실에서 '우리 옷과 금박(金箔)'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테마전시는 대구박물관이 한국 전통공예를 주제로 기획하고 있는 연속 전시의 첫 번째 주제다.

화려하게 멋을 낸 조선시대 궁중 복식을 통해 한복에 표현한 금박의 문양과 기술을 소개하고 금박공예의 전통과 계승 과정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전시품은 국립고궁박물관과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출품한 궁중 한복과 금박을 붙이는 데 사용한 문양판 등 모두 22점이다. 이 중 국가무형문화재 명예보유자의 작품 4점은 전시 후반 일정에 교체해 전시할 예정이다.

주요 전시품은 영친왕비 당의와 치마다. 영친왕 일가족의 복식은 조선 왕실의 마지막 장인들이 남긴 작품으로 당대 최고의 솜씨와 정성이 담긴 궁중 복식의 정수로 평가받는다. 문화재청은 영친왕 일가족의 복식이 조선 왕실의 복식사와 의장의례에 중요한 자료적 가치가 있음을 인정해 국가지정문화재(중요민속자료 제265호)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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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영친왕비 하피.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사진=국립대구박물관 제공) 2020.7.3 photo@newsis.com
영친왕비 당의는 궁중에서 평상시에 소례복(小禮服)으로 입는 옷이다. 옥색의 도류불수문단(桃榴佛手文緞)으로 지은 겹당의이며 당의의 앞과 뒤, 그리고 깃에는 '수(壽)'와 '복(福)' 두 글자를 부금(付金)했다.

궁중에서 사용하는 도류불수문은 복숭아·석류·불수감(부처의 손을 닮았다는 불수감나무) 무늬가 함께 어우러져 있는 것으로, 각 과실의 꽃과 잎을 화려하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대란치마는 조선 왕실과 대한제국 황실 여성이 적의(翟衣)나 원삼(圓衫) 등으로 예복 차림을 할 때 하의로 갖춰입는 옷이다. 치마를 장식하기 위한 스란단이 치마 아래쪽에 2단으로 부착돼있다. 스란단에는 한 쌍의 봉황이 보주(寶珠)를 중심으로 서로 마주보고 있으며 여백에는 구름이 가득한 운봉문(雲鳳文·구름과 봉황무늬)을 부금했다.

기록에 따르면 옷에 금가루를 사용한 것은 삼국시대부터다. 금박공예는 고려시대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삼국사기에는 6두품과 5두품 여인의 바지에 금니(金泥) 사용을 금지했다는 기록이 있고 고려사에는 문종 26년(1072년)에 사신 편으로 송에 보낸 물건 목록 중 어의(御衣)와 황계삼(黃罽衫) 등을 금박 장식한 붉은 비단 겹보에 싸서 봉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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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대란치마.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사진=국립대구박물관 제공) 2020.7.3 photo@newsis.com
조선시대에는 조선왕조실록, 악학궤범 등 여러 기록에 금박장, 도다익장, 부금장, 금장, 니금장 등 금박일을 하는 업무가 세세하게 나뉘어 있었다.

금박공예는 오랫동안 신분과 부귀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조선시대에는 화려한 궁중 복식으로 전승됐다. 하지만 근대에 들어 기계로 금박을 만들고 복식 유행의 흐름이 바뀌면서 금박장의 역할이 줄어들어 부금장(付金匠·금을 입히는 장인)을 중심으로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가무형문화재 명예보유자의 작품도 함께 전시해 금박공예의 현대적 전승과정도 살펴볼 수 있다.

대구박물관 관계자는 "현재는 옷을 장식하는 금박공예의 전통이 명맥을 잇는 정도이지만 금박공예가 갖는 역사적 의의는 실로 크다고 할 수 있다"며 "이번 전시가 우리 한복 금박공예의 기술과 전통 그리고 역사적 의의를 되새겨보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k7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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