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아트클럽

[박현주 아트클럽]"밑천없는데 유명세 괴로웠다"...'미술계 아이돌' 문성식의 '욕망'

201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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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문성식 작가가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아름다움. 기묘함. 더러움(Beautiful.Strange.Dirty.)'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12월 31일까지 전시한다. 2019.11.28.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그가 아저씨로 나타났다. 수줍어하던 앳된 청년의 모습은 말할때마다 움직이는 포동포동한 손가락에 머물러 있었다. 불혹에 이르른 그는 진지함이 더해져 보였다.

2005년, 스물 다섯살에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에 최연소 작가로 참여 주목받았고, 2007년 세계 최고의 미술장터인 바젤아트페어에도 출품, "독특하고 신선한 작품"으로 호평받으면서 일약 스타작가로 떠올랐다.

국내 3대 메이저 화랑인 국제갤러리가 전속 계약을 맺고 프로모션했다. 하지만 작품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자의식과 고집이 강한 진지한 태도로 한 작품에 보통 5~6개월가량 걸리고 철학적인 성찰로 3년간 붙들고 있는 작품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느림의 작업이 몸값 비싼 작가로 올려세웠다. 화랑주와 컬렉터가 애가 타게 기다리는 흔하지 않은 작품이다.

2011년 국제갤러리에서 첫 전시 후 8년 만에 국제갤러리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는 문성식(39)작가다.

나이 때문일까? 30대 초반의 세밀하고 치열한 그림과는 달리 뭉근해졌다. 다소 서정적이었던 지난 전시 '풍경의 초상'(2011)과는 전혀 다른 '욕망의 진화'를 보여준다. '아름다움, 기묘함, 더러움'으로 물들어 있다.

"생각이 변하더라. 난 모든 걸 다 그리는 작가다. 세계와 우주를 포함한 모든 것. 섬세하게 관찰로 포착된 그림이다."

오랜만에 여는 그의 개인전에 국제갤러리는 두 팔 벌려 환영한 모습이다. K2과 K3 두 전시장을 온전히 내준채 그의 그림, 크고 작은 150여점을 여유있게 전시했다. 이번 전시는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초기 회화에서 벗어나 드로잉 매체에 새롭게 접근했다. 전통과 현재, 동양과 서양을 잇는 '회화의 고유한 정체성'을 추구하고자 시도하는 신작이다.

'변해도 추락하고 변하지 않아도 추락한다'는 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의 어록은 작가들에게 피할수 없는 화두다. 인기있는 작품을 버리기란 쉽지 않다. 생계와 연결되기 때문. 대개 화가들이 10년주기로 작품이 변하지만 성공한 케이스는 많지 않다. '대표 시리즈'를 이어가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 주제와 기법이 확연히 바뀐 문성식의 이번 전시는 미술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13년전 미술시장 호황기때 '물 들어올 때 배 띄워라'는 속담처럼, 번갯불에 콩 튀듯한 스타작가들은 타다 만채 사라졌다. 메이저 상업화랑에서도 느리고 진지하게 자신만의 세계로 작업을 확장하고 있는 '문성식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청년 스타작가에서 아저씨로 성숙해진 '화가의 인생 비법'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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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최연소 참여 작가로 유명한 문성식 작가가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아름다움. 기묘함. 더러움(Beautiful.Strange.Dirty.)' 작품앞에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1.28. chocrystal@newsis.com

◇호기심 천국...'아름다움'

어릴 때부터 관찰하는 습관이 있었다. "사람을 구경하고 관찰하고 특이한 것을 포착하고 그려냈다. 초기에는 서정시같은 드로잉 작업, 다큐같은 세밀하고 모든 요소를 다 그리는 가학적인 작품을 해왔다. "198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1998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에서 수학했다.

세필화로 그리는 드로잉 페인팅은 이질감, 한계가 느껴졌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2년 전, 부산에 내려갔다.

장미꽃에 빠졌다. 집앞 조그만 자투리땅에 장미를 심어서 3년 정도 키웠다. 1년동안 장미의 사이클을 관찰했다. 그러면서 또 궁금증이 생겼다. 왜 나는 꽃에 꽂혀있을까? 사람들은 왜 사랑하면 꽃을 줄까? 그 의미가 무엇일까?

어린시절 아버지의 행동도 기억났다. 아버지는 포도농장을 했다. 그런데 어느 한 해는 농장에 작물을 심지않고 튜울립 꽃을 심었다. "우리(자식)를 위해서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아버지는 왜 그랬을까?"

장미꽃을 관찰하면서 보니 장미의 생로병사는 '세계의 축소판'이었다. 장미에 더 매료됐다. 꽃은 식물의 성기. 번식하기 위해 꽃잎을 활짝 편 채 나비가 수정해주기를 기다린다. 나비가 날아온다. 꿀이 터지고 벌레가 꼬이고, 벌레를 쫓는 새들이 날아든다. 그 사이에는 거미가 꽃과 가지 사이로 거미줄을 치고 은거하고 있다.

문성식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 중 하나는 ‘끌림‘이다. 태생적으로 인간사와 주변 만물을 연민의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장미꽃을 보니 "모든 존재들은 욕망대로 살고 있었다." 그렇게 목격한  저장된 기억들을 토대로 재구성했다. 그는 "그냥 살고 있는, 자기 의지대로 살고 있는 상태의 순간을, 내 몸을 도구로 밀착시켰다"고 했다.  

전시 제목인 '아름다움. 기묘함. 더러움'의 출발점이 된 장미 연작의 제목은 '그냥 삶'이다. 사람이나 곤충이 꽃에 이끌리는 근원적 ‘당김’에 관심을 갖고 시작한 작품으로 이번 개인전을 통해 처음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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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문성식 작가가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아름다움. 기묘함. 더러움(Beautiful.Strange.Dirty.)'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2019.11.28. chocrystal@newsis.com

◇그냥 삶...기묘함 

 "내 조형의 엣센스는 무엇인가?"

3년전쯤 고민이 깊어졌고 갈길을 잃었다. 어디로 갈지 몰랐다. 대학시절 초기에 그린 연필드로잉을 떠올렸다. "정말 뭣모를때 그린 것인데 지금봐도 너무 잘 그렸다. 이젠 그 시절이 지나서 지금은 안된다" 그래서 거기서 해답을 찾았다. "선이라는 요소가 나의 엣센스"라는 것.

그러다 옛 그림에서 길을 발견했다. "겸재 정선이 현대에 살고 있으면 어떤 그림을 그릴까?"

 "종이와 먹이라는 재료. 조선의 미학이 서구미학과는 다른 맛이 있다. 나는 보리굴비맛 같다고 느낀다. 또 15세기 이탈리아 화가인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벽화, 프랑스 라스코 동굴 벽화 등에서 영감을 받았다."

"옛날 그림이 주는 감흥을 느꼈다."는 그는 "벽화를 보면서 오래됐는데 현대적이다. 그것을 써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당시에는 재료가 좋지 않기 때문에 층위가 보이기도 하고 레이어가 떨어져 나오는 것에 매료됐다"

그렇게 "조선의 옛그림과 서구의 옛그림을 현대의 나라는 도구를 써서 만들어보겠다"는 기묘한 착상은 '동양화와 콜라보한 벽화같은 그림'으로 탄생됐다.
 
인간 의지의 흔적과 생명력이 고스란히 고착된 느낌을 내기 위해 검은 바탕에 젯소를 바른 후 날카로운 도구로 이를 긁어 떼어내기를 반복했다. 의지와 우연이 혼재된 선을 얻어내면 과슈로 채색해 완성했다.

"이 작품은 내가 수고를 가장 많이 했다" 이번 전시에 나온 가장 큰 그림 가로 5m, 세로 2m에 담긴 '장미 연작'은 오래된 피멍이 든 것처럼 처절하다. 더 이상 회화와 드로잉의 구분은 의미 없다.

1년반이나 시간을 투자한 '두꺼운 드로잉'이다. 긁어서 책색하고 다 그려진 상태에서 젯소를 또 올리고 또 긁어내고. 연속적인 실수의 행위는 우연찮게 테크닉을 상승시켰다.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으로 그렸다. 단지 긁는 행위가 대변하는 ‘의지’와 떨어지는 파편들이 보여주는 ‘우연’이 공존할 따름인 작업은 동양화(매화)의 구도를 차용하는 동시에 벽화의 질감을 표방하며 현대적인 세련미로 시공간을 아우른다.

문성식은 전시장에 걸고서야 "애썼다. 토닥여주고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는 "소극적인 추상성이 보이는 이 작품을 하면서 앞으로 더 추상적인 작업으로 나아갈 것 같다"고 예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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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최연소 참여 작가인 문성식. 2019.11.28. chocrystal@newsis.com

◇이게 뭔 짓일까?...더러움

 장미 연작과 함께 걸린 '분홍색 그림'은 하얀 전시장을 붉어지게 한다. 뒤엉킨 남녀의 신체를 묘사한 과슈 드로잉 24점이 한 벽을 차지하고 있다.

"포로노를 구글로 검색해서 나온 이미지를 그렸다"

그는 "성행위가 아름다운 행위이기도 하고 이상한 행위이기도 하고 씨앗을 어떤 곳에 넣는 몸짓이 기이한 모습이기도 하고 더러움 느낌도 있다"면서 "야하려고 그리건 아니다. 이게 뭔짓일까? 왜 우리는 이런 형태로 진화했을까? 그런  궁금증에서 출발한 작품"이라고 했다. 그의 말을 들으니 분홍색 그림은 야릇함보다 기괴함으로 보인다.

한 번의 붓질로 슥슥 엷게 그려낸 '분홍 몸짓'은 그의 콤플렉스가 담겼다. 

루이스 부르주아와 반고흐를 좋아한다고 했다. "부르주아의 드로잉에서 현대적이고 원초적임을 본다"는 그는 "루이스 부르주아를 만나보지 못했지만 오래기간 동안 무명으로 살면서 내공이 쌓은 선이 대단해, 그의 드로잉을 선생님처럼 배운다"고 했다.

반고흐도 예술의 정수는 "인간적이고 아이다움"이라고 했다. "고흐를 좋아하는 것은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리는 선의 싱싱함에 매료되었고, 그것을 예술적으로 느끼고 흉내내고 싶은 예술가"라고 꼽았다. 

그러면서 스타작가로서 고충도 털어놨다. "한국에서 입시를 하고 그림을 그렸다. 아무것도 없는데 빨리 알려진 작가가 됐다. 내공을 쌓을 연습할 시간이 없었다. 그게 내 콤플렉스다."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참가 후  "영 아티스트 띄우는 분위기에 올라타게 되면서 내적으로 괴로웠다."

그는 "미술시장에 진입하면서 뭐가 뭔지 모르고 휩쓸렸다. 시장에 알려지면서 자의식이 생겼다. 미술계에서 원하는걸 해야하는 분위기와, 또 보편적이지 않는걸 해야 하는 분위기도 있었다"면서 "나도 그래야 되나?"로 번뇌했다.

"당시 밑천이 없는 상태였다. 위태위태하게 여기까지 왔다. 인기였던 세밀화 향나무도 많이 그릴 수가 없었다. 예술성은 연필드로잉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찌할 바를 몰랐다."

"국제갤러리는 나한테 감당하기 어려운 존재였다"고도 했다.

젊은 작가로서 마음도 급했다. 하지만 길이 하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름다웠던 그림과 달리, 자신의 작업은 '가학적이었다'는 의외의 표현을 쓰며 "그동안 힘들게 그렸다"고 했다. 

작가의 고뇌속에서도 큰 손 화랑인 국제갤러리는 장기전에 강했다. 그는 "전속이라고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다. 내가 작품을 많이 그려내지 않았는데도. 많이 기다려줬다"며, "믿고 기다려준게 감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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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최연소 참여 작가 문성식 개인전 '아름다움. 기묘함. 더러움(Beautiful.Strange.Dirty.)' 언론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작품을 보고 있다. 2019.11.28. chocrystal@newsis.com

'미술계 아이돌', '미술 천재' 소리를 들었던 그는 "지금의 변화는 오래도록 편하게 작업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했다. 세밀화에서 뭉쳐진 장미꽃으로, 유화 바탕을 연필로 긁어 그린 '그저 그런 풍경'으로 자유로워진 이유다. 

화가로 살아가는 방법도 터득했다. "내가 만족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하다. 생긴대로 살아야 한다. 내 밑천대로 가야한다는 생각에 도달한거다"

왜냐하면 "제대로 가지 않으면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없기 때문이다"

아주 사소한 아름다움과 지극히 평범한 일상적 풍경, 연약한 생명들의 미동을 읽어낸 그는 보편적인 오늘의 현실의 기록자다. 그 사이에 "동서양의 미감이 합체된 인도그림에서 수혈을 받고 싶다"는 '문성식의 욕망'이 더욱 강렬해지고 있다.

그래서 그림을 그렸다. 화가의 권위는 그림에서 나온다. 예술에 대한 충실성, 독특한 회화적 세계를 구축한 '아름다움. 기묘함. 더러움' 전시는 31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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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국제갤러리, 문성식 개인전. 2019.12.09.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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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국제갤러리, 문성식 개인전.2019.12.09.hyun@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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